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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7.11.20.] 시진핑 특사, 김정은 면담 여부 안밝혀…북-중 관계 이상신호?

  • 김흥규
  • 2017-12-06
  • 1158

[한겨레 2017.11.20.] 시진핑 특사, 김정은 면담 여부 안밝혀…북-중 관계 이상신호?

시진핑 특사, 김정은 면담 여부 안밝혀…북-중 관계 이상신호?

 

쑹타오, 방북 마치고 귀국

신화통신 “북 지도자들과 회담” 보도

불발됐다면 북핵 문제 더 꼬일 가능성

북 도착 당일 최룡해에 선물 전달

애초 면담 가능성 없다고 봤을수도

 

 

시진핑 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하고 귀국한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맨 오른쪽)이 20일 오후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오른쪽 둘째)의 마중을 받으며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귀빈 통로를 통해 나오고 있다. 쑹 부장은 방북 첫날인 17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18일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과 만나는 등 3박4일간 방북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20일 귀국했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면담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쑹 부장이 귀국했는데도 양국 관영언론에서 면담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상 신호’로 여겨진다. 지난 5년 동안 쑹 부장 이전에 북한을 방문한 부장(장관)급 이상 중국 고위급 인사는 4명으로, 왕자루이 전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2012년 7월30일~8월3일, 당시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리젠궈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2012년 11월29~30일),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2013년 7월25~28일),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2015년 10월9~12일) 등이다. 이들은 모두 김 위원장을 접견했다.

 

20일 <신화통신>은 “쑹타오 부장이 조선노동당 지도자들과 회견·회담했다”고만 전했을 뿐 김 위원장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쑹 부장은 평양에 도착한 17일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나 김 위원장에게 주는 선물을 전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전 중국 쪽 고위급 인사들이 모두 김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선물을 전달한 데 비춰보면, 애초부터 면담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지금으로선 면담 관련 발표가 이후에 나올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만약 면담이 불발된 것으로 확인된다면 북-중 관계가 전에 없이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 주석의 특사가 방문했는데도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지 못한다면, 이는 중국의 대북 외교가 실패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결국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미 북-중 관계가 사상 최악이라는 진단을 내려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잇따라 채택되자, 북한은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결의에 동참한 데 섭섭함을 표해왔다. 무엇보다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해온 북한과, 대화를 통한 비핵화를 강조하는 중국 사이에 입장 차가 너무 큰 상황이다. 20일 <신화통신>도 쑹 부장과 북한 고위지도자들이 “양당·양국 관계, 한반도 문제 등 공동 관심의 문제에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언급해, ‘북핵 또는 한반도 핵 문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핵 문제에 대한 북-중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만나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얼굴만 붉힌다는 판단 아래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면담 불발이 사실이라면 최근 중국의 대북 압박·제재에 대한 북한의 우회적인 불평불만의 표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후에라도 면담 사실을 확인하는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일정 수준의 전략적 끈을 유지하는 것이 북-중 모두에 유리한 상황인데도, 특사로 온 쑹 부장을 김 위원장이 만나는 게 어려운 상황까지 갔다는 것은 핵심 메시지인 북핵 문제와 그로 인한 북-중 관계에서 양측의 이해관계 차이가 크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당대회 이후 중국이 북한에 권력 서열 최고위 25인에 해당하는 정치국원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급이 낮은 중앙위원인 쑹 부장을 보낸 것에서부터 북한과의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17~18차 당대회 이후에는 중국 정치국원이 북한에 갔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격이 낮은 중앙위원이 갔다. 또 과거에는 당대회 뒤 중국 특사가 북한을 가장 먼저 방문했지만, 이번에는 라오스와 베트남을 거친 뒤 갔다. 북이 섭섭하거나 불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