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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2017.10.31.] 현실 앞에 마주한 韓·中.. 서로 서운함 덮고 합의

  • 김흥규
  • 2017-12-06
  • 880

[파이낸셜뉴스 2017.10.31.] 현실 앞에 마주한 韓·中.. 서로 서운함 덮고 합의

현실 앞에 마주한 韓·中.. 서로 서운함 덮고 합의

[한중관계 복원] 협상 의미와 전망.. "올해 넘겨봐야 이득 없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판단

韓, 사드 관련 사과 없고 中, 경제 보복 사과 안해.. 전문가들 "낙관은 금물”

 

한·중 양국이 15개월 만에 극적으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촉발된 갈등을 봉합하기로 한 건 경북 성주의 사드 1개 포대 배치가 이미 외교적으로 실익 없는 논쟁이 된 데다 양국 정치일정상 올해를 넘길 경우 관계개선의 '출구'와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북한이 위협수위를 높일수록 한국이 미.일에 가까워지는 모양새 역시 중국으로선 불편한 부분이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사드 1개 포대로 한국을 잃는 것보다 덮고 넘어가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0월 31일 한.중 양국이 관계개선을 선언한 것을 놓고 한마디로 "입장은 입장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사드문제는 일반적인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양국 간 정치적 타결이란 부분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韓·中, 각자 요구했던 사과 없이 봉합 

 

주목되는 것은 양측이 '사과 없이' 서로의 상황을 그대로 덮기로 한 부분이다.

 

당초 중국은 한국의 사드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사과하라", '사과 입장'을 합의문에 담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이날 공개된 협의문엔 '유감' '사과'등의 표현은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중국진출 롯데.현대차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직간접적인 사드보복 조치에 대한 사과나 유감표명도 없었다. 한국의 사과도, 중국의 사과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하나씩 주고받는 모양새를 통해 관계개선의 출구를 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국회에 출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사드 추가배치도, 미국 MD 참여도, 한.미.일 3각 군사동맹도 안한다", 또 "(중국에) 사과할 생각 없다"고 밝혀 이런 협상구도를 예고했다.

 

협의문에서 양측은 좁혀질 수 없는 각자의 입장을 기술한 뒤, 이음새 없이 '한·중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양국 교류협력 강화가 공동이익에 부합된다'고 마무리했다. 각자의 입장이란 "중국은 여전히 한국에 배치된 사드를 '반대한다'. MD 구축과 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해 우려를 천명한다"는 부분과 "한국은 사드는 제3국을 겨냥하지 않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봉합'이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향후 중국 측이 더 이상 사드의 '사'자도 앞으로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성주에 임시배치된 사드 1개 포대는 기정사실화된 것이냐는 질문에 "사드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은 이 문제가 해결됐다, 인정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표현하자면 사드와 관련해선 양측 간 가진 입장을 있는 대로 표명하고 그 순간 봉인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드문제는 이 선에서 끝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전날까지 백악관과 긴밀히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합의 도출 과정에 미국의 역할이 컸다"며 "미국 쪽에서 사드가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중국 쪽에 해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악관은 이번 합의에 대해 굉장히 좋은 결과가 도출됐고,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안정에 있어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코멘트가 나왔다"고 전했다.

 

 

 

■"中 안보선택지 침해" 

 

이호철 인천대 중국학연구소장은 "사드에 대해 한국이 사과할 사안도 아니고, 중국도 이제 와서 사드를 인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날 발표한 협의문이 최선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협의문에 사드배치를 반대한다는 중국 측 입장이 구체적으로 명확히 반영된 반면 한국 주장은 다소 애매하게 표현된 게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한.중 간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인식과 함께 한반도 무력충돌 가능성 확대가 이번 합의에 중요한 동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중국이 사드 추가배치, MD 편입 및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등을 들고 일어난 것은 향후 우리나라의 안보적 선택지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우리 안보정책에 중국의 간섭 여지를 두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