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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2017.01.11.] [중국 '사드 경제보복' 어디까지]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거부 가능성도

  • 김흥규
  • 2017-02-03
  • 893

화장품 검역 강화해 수입 불허 … 주재원 비자제도 변경, 취업제한 우려

 

지난해 7월 한미 군 당국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는 모양새다. 인적 교류 제한에 이어 비관세 장벽 강화를 통한 수출입 불허까지 가시화됐다. 향후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 정부가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 문제나 중국자본 철수 등의 금융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중국은 관광객 축소 등 다양한 경제 보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말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에 진열된 상품을 둘러보는 모습. 뉴시스 우장호 기자

 

◆중국, 한국산 화장품 11톤 반입 불허 =

지난 3일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한국산 화장품을 대량 반품 조치시킨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 따르면 제품 28개 중에 19개가 애경, 이아소 등 한국산 화장품으로 크림, 에센스, 클렌징, 팩, 치약, 목욕 세정제 등으로 중국에서 인기 있는 제품들이었다.


이 제품들은 유효기간 내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등록 증명서가 없거나 신고 제품과 실제 제품이 달라서, 또는 제품 성분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불합격됐다. 이렇게 수입 불허된 제품 규모는 총 1만1272㎏에 달한다. 불합격 처분을 받은 28개 제품 중 나머지 9개 중 영국제품이 6개, 태국제품이 3개였다. 업계에서는 사드 배치 여파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 아니냐를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중국은 사드 보복의 첫번째 단계로 '언론을 통한 반한 감정 확산'을 유도한 바 있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CHINA WATCHING'에 따르면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지난해 7월 이후 한달여간 중국에서는 사드와 관련해 인민일보가 265건, Global Times가 56건을 보도하고 외교부와 국방부도 각각 27건의 논평을 내놓으며 한국 비판 여론을 고조시켰다.

이후 한류 연예인의 CF 취소 등 방송 출연을 제한하는 '한한령'을 공공연하게 시도하고 있으며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롯데의 중국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또 중국 민항국은 춘제(중국의 설) 관광시즌을 앞두고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 3개 항공사의 전세기 운항을 뚜렷한 이유 없이 불허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축소 의도를 드러냈다.

◆한국서 중국자본 철수 시나리오도 =

오는 4월 중국에서 시행될 '외국인 중국근무허가' 제도도 한국에 대한 새로운 경제 보복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 국가외국전문가국은 최근 '외국인 입국 취업허가'와 '외국 전문가 중국근무허가'를 '외국인 중국근무허가'로 통합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은 외국고급인재(A급), 외국전문인재(B급), 외국보통인원(C급)의 세 등급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인 취업인력이 속하는 C급은 쿼터제로 관리되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 취업비자를 받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협회는 "중국측에 유리한 인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기업의 필요에 따라 파견인력을 정할 경우 비자를 받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C급으로 분류될 경우 취업제한 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인적 교류 제한, 수출입 불허에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갈등상황이 증폭된다면 올 3월 소비자의 날 전후로 방영되는 소비자 고발프로그램에서 한국기업이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10월에는 64조원 규모의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이 만료되는데 중국이 협정 연장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내에서는 사드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사와 연계돼 있는 방산기업이나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 현대, LG 등을 압박하라는 강경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 등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한 중국자본 철수도 중국이 가진 카드 중 하나다. 이는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협적인 보복 수단으로 꼽힌다. 2016년 2월말 기준 중국 자본이 보유한 한국의 국채 등 상장채권 규모는 17조5000억원(18.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자본이 한꺼번에 한국 국채를 매도할 경우 우리나라 금리가 올라가면서 가계부채 위기 및 부동산 폭락 위험에 놓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