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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마이더스 2016.11.07.] 美 정권교체 코앞… 北美 접촉 ‘꿈틀’

  • 김흥규
  • 2017-01-31
  • 917
2016년 11월호

10월 21~22일 말레이시아에서 비공개 접촉한 조지프 디트라니(위) 전 미국 6자회담 차석대표와 장일훈 북한 유엔주재 차석대사. 황철환 연합뉴스 특파원

  도발 일변도로 나가던 북한이 최근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맞아 대화의 물꼬를 틔우려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당국 간 대화는 아니지만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국면 전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부 나온다.

  10월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북한 당국자들과 미국의 전직 관료 및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 비공식 접촉이 이뤄졌다. 북한에서는 핵협상과 대미 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이 참석했다.

  미국에서는 1994년 북미 기본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와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산하 비확산센터 소장, 리언 시걸 미국 사회과학원(SSRC)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 토니 남궁 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북한 쪽에서는 대미 정책을 다루는 당국자가 나왔지만 미국에서는 전직 관료나 학자들이 참석해 가까운 미래에 당국 간 회담으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접촉 직후인 10월 24일 정례브리핑에서 “(민간 차원의) ‘트랙2’ 대화는 정부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고 민주·공화 양당 중 어느 쪽이 이기든 내년 2월이면 대통령이 바뀐다. 8년간 두 차례 임기를 마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장함으로써 어느 정도가 됐든 대외 정책의 변화 가능성도 있는 시점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접촉인 미국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북미 간 새로운 대화 방향 등을 모색하려는 시도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리언 시걸 국장은 북한 당국자들을 만난 뒤 “지금부터 오바마 행정부 임기 종료 시점 사이에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본다”며 “하지만 새로운 정권은 대북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북한도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장일훈 차석대사는 기자들에게 “거기서 현안 문제를 이것저것 다 이야기했다”고 말해 양국 간 현안 전반에 관한 의견교환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미국 측이 핵과 미사일 동결 요구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단계별로 했으면 하는데…”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이 발언을 놓고, 북한이 실질적인 후속 논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시걸 국장은 “북한 측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기 전에 미국과 평화조약을 체결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의 기본 입장은 핵무기 중단이 우선이라는 것”이라면서 “그래도 개인적인 견해로는 일부 진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미국 정부는 정책이 경직되더라도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북한도 정권 교체기에 미국의 분위기를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24일 류전민(가운데)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북한 평양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DB

버락 오바마(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면 북한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 전용헬기 ‘머린원’에서 내리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AP_연합뉴스

북중도 새판 짜나
  북한과 중국 사이에도 새로운 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10월 24일 북한을 방문한 것이 주목된다. 중국 고위 관료가 북한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올해 2월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 이어 8개월여 만이며,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로는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중(북한·중국)국경공동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가할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짧게 보도했다.

  북한과 중국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정기회의를 갖고 경계선 획정 등을 논의한다. 따라서 류 부부장의 이번 방북도 표면적으로는 이 문제를 논의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류 부부장은 중국 외교부의 아시아 총괄 부부장으로서 우다웨이 특별대표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이 더 센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 기회에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탐색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율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류 부부장은 2014년 2월에도 한반도 정세와 비핵화 협의를 위해 북한과 남한을 잇따라 방문한 바 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도발 일변도의 정책을 취해온 북한 김정은 정권이 다소 유연성 있는 방향으로 나가려는 것 같다”며 “미국 대선 등으로 환경이 바뀌는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