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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6.09.23.] [레이더P] 美외교협회장 “시진핑, 북핵보다 北정권 붕괴를 두려워 해”

  • 김흥규
  •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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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대북 억제력 가진 중국을 움지는 방법밖에 없어
남북통일이 中 이익 반하지 않는다는 점 설득해야


2020년 한국과 미국은 어떤 북한과 마주하게 될까. 핵미사일 소형화를 완성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확보한 북한일까, 아니면 핵 동결과 함께 점진적 비핵화의 길에 들어선 북한일까.

현재로서는 전자에 가깝다는 게 한·미 외교안보 당국의 전망이다. 김정은 정권은 지난 9일 5차 핵실험을 했다. 규모와 강도에서 1~4차를 능가한다. 20일에는 ICBM 발사 실험의 예고편으로 보이는 신형 위성로켓 엔진 실험까지 했다.

북핵 위협과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유력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인 미국외교협회(CFR) 수장이 새로운 대북정책을 제안했다.

리처드 하스 CFR 회장은 20일(현지시간) 유력 인사의 칼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다가오는 북한과의 충돌'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하스 회장은 “해결책은 한·미·일 3개국이 긴밀히 협조해 대북 억제력을 보유한 중국과 외교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스 회장은 중국의 적극적인 도움을 이끌어낼 방안으로 "남북 통일이 중국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한·미·일 3개국이 중국 정부에 보증해야 한다"며 "통일된 한반도의 비핵화 및 주한미군 축소와 후방 배치를 조건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남북통일=한반도 내 미국 영향력 확대'란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스 회장은 “시징핑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 핵실험보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두려워한다”면서 "한·미·일이 중국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한다면 시진핑에게서 대북정책 협조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교적 수단을 활용해 중국과의 협조를 강조한 이번 주장은 CFR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대북정책 특별보고서의 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 17명이 참여한 보고서의 제목 역시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위한 중국과의 협력'이다.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에 있어 경제·군사적 압박 기조를 유지해온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라 규정하고 중국과의 적극적 협력을 통한 외교적 해결책을 주문했다.

미 외교가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 내 대북정책의 기조가 ‘강경·제재' 중심에서 '대화·협상' 분위기로 옮겨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나온 존 케리 국무장관 발언도 이런 시각에 힘을 보탠다. 케리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과의 협상 조건으로 "핵 동결과 도발적 행동 및 (핵)실험 중지에 북한이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을 위한 핵 동결에 방점을 찍었다는 측면에서 미국이 북한에 북핵 협상의 여지를 조금 열어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한반도에서 충돌이 발생하거나 중국과의 직접적인 갈등이 발생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미국은 지금 우리 정부가 원하는 것처럼 북한을 절벽으로 몰아세우기보다는 현재 상황을 관리해가며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계에서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를 위시하여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할 추가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상당수 존재한다.

미 상원의원 19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강력한 추가 대북 제재를 요구하는 연명서한을 오바마 정부에 전달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워싱턴 내 대북정책 논쟁이 곧 들어설 차기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샅바싸움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