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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2011.02.07] [중국전문가 인터뷰]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

  • 김흥규
  • 2015-10-22
  • 1147

"대 중국외교 조율할 사령탑 없어"

중앙대외연락부 영향력 증대 … 파트너 한나라당은 '뒷짐'만

중국에 대한 '총력외교(total diplomacy)'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중국의 대외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 부처가 주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양한 통로를 거친다. 때로는 치열한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중국 외교부를 통해 되지 않으면 당이나 다른 채널을 이용해야 한다. 이 때 중국 대외정책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 중국 지도자는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는다. 따라서 '입력(Input)'의 의미를 이해하고, 다양한 입력 과정을 활용해야 한다. 당-정-군 3대 축을 골고루 활용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싱크탱크와 교류가 중구난방이고, 행사위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청와대가 나서 조율해줘야 한다. 고민하고, 회의하고, 역할분담을 해주는 사령탑이 필요하다. 보수나 진보적인 단체의 적절한 역할분담도 필요하다. 현재는 서로 비난하고, 격리된 상태이며, 정보소통이 안 되고 있다.

당·정·군 3대축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최근 한반도문제와 관련 중국 외교부보다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 2009년 7월 중앙외사영도소조는 북한에 대한 포용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북한과 당 대 당 정당외교를 책임지는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의 역할이 커졌다. 중국 외교부에 대해 북한은 비우호적이다. 대외연락부와 통로가 필요하다. 외교부에서 접촉을 시도하지만 당 대 당 교류라는 원칙을 내세워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의 남북한 담당자가 북중 정상회담 내용을 한국 당국에 누설한 죄로 사형에 처해졌다.

매우 위축된 상태이다. 대외연락부는 한나라당이 파트너이다. 한나라당이 직접 나서 전략적인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개념을 갖고 지속적인 교류를 하는지 의문이다.

중국의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할 곳은 어디인가?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국가안전부(한국의 국정원)에 소속되면서 동시에 중앙외사영도소조 산하 연구기관이다. 이러한 지위 때문에 중국의 대외정책 싱크탱크 가운데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중국 고위 지도층에게 국제적 현안과 외교문제에 대한 정보 분석 및 정책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의 '한반도연구실(조선반도연구실)'은 중국내 가장 권위 있는 한반도 관련 연구실로 꼽힌다. 우리나라 통일연구원, 세종연구소, 국가안보전략연구소와 교류,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을 압박할수록 북중 양자가 밀착하고 한중이 갈등하는 악순환 구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결국은 신뢰의 문제이다. 전략적 대화를 통해 해결해 한다. 정부차원에서 중국의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철저히 비공개의 원칙에 따라 책임 있는 자세로 신뢰를 확보하고 쌍방이 교집합을 정교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현재와 같이 자신들의 원칙에 따라 상대방을 공격하는 상황에서 교집합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을 때리면 북중 양자가 결합할 수밖에 없다.

한중이 북한 문제를 논의할 제도적인 틀이 이미 마련돼 있다.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는 중장기적인 문제나 한중 양자를 뛰어넘어 제 3자의 문제도 논의할 수 있는 관계이다. 북한 문제에 대한 의제화도 당연히 가능하다.

한중간 전략대화를 잘 되고 있나?

지난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회와 중국 중앙당교 산하 개혁개방논단이 5차 전략대화를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외교안보연구원이 개혁개방논단과 2차까지 대화를 진행했다. 그 후 신아세아연구소 주관으로 3차까지 전략대화를 진행했다. 불신 해소가 관건이라고 본다. 양측이 관망하는 것 같다.

한미동맹이 최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중국전문가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상황이 어려우지면 사소한 일이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상황을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이런 경우 중국을 아는 사람이 도움이 된다. 이명박 정부와 중국의 경우 변화하는 국제정치가 중요한 변수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변수를 무시하기는 힘들다. 우리 얘기를 잘 전달하고 상대방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중국과 비교할 때 전문가의 질과 양에서 차이가 크게 난다. 한국의 역량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전략적인 대화를 수행할 역량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전체 숫자가 13~30명 사이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300명 이상이다. 외교부산하 외교안보연구원의 경우 중국 담당자가 현재 없다. 과거에도 1명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