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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0.10.04] 후진타오, 北 김정은 후계체제 사실상 승인

  • 김흥규
  •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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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언급 없었지만 ‘새 지도부’ 두 번 거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일 “중국 공산당은 북한의 새 지도부와 협력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중국이 북한의 3대 세습을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 지도부’라는 단어 속에 김정은 후계구도가 함축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후 주석은 지난달 28일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 후계구도가 공개된 이후 최초로 이처럼 말했다. 대표자회 결과를 설명하러 온 최태복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만난 자리에서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북한의 후계구도를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며 “3대 세습을 묵인하는 게 떳떳하지 않으니 여러 갈래로 해석할 수 있도록 중국이 의도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신화통신이 보도한 후 주석의 표현 속에는 ‘김정은’ 또는 ‘북한 후계’ 라는 글자가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 주석이 당 대표자회 성공 개최를 축하하고 ‘새 지도부’를 2차례 거론한 것에 주목했다. 

지난달 28일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 중국 주요 언론은 북한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과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것을 주요 뉴스로 반복 보도했다. 후계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은 안 했지만 중국 내에서 이번 당 대표자회는 김정은의 후계자 데뷔 무대이고 그가 북한 새 지도부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 주석이 굳이 ‘북한의 새 지도부’라고 거듭 거론하면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말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통신은 또 최 비서가 후 주석에게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일성 주석이 창조한 혁명사업의 완성과 대대손손 계승의 튼튼한 기초를 닦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문맥상으로 최 비서가 후 주석에게 김정은 후계 문제를 언급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후 주석의 언급은 새 지도부를 수용한다는 일반적인 의미이지만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후계구도를 묵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북한의 의지에 반해 중국이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만큼 일단 김정은 후계체제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게이오대의 동북아시아 전문가인 피터 벡 씨는 3일 AFP통신에 후 주석이 당 대표자회 직후 축전을 보낸 점에 주목했다. 신화통신은 3일 후 주석과 최 비서가 만난 사실을 보도하면서 축전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아들에게 중요한 자리를 물려줬다”며 “이에 대한 후 주석의 축전은 (세습에도) 중북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북한과 세계에 알리는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이미 당 대표자회에 앞서 북한의 후계체제를 묵인했다는 해석도 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중 간에는 후계자가 인사차 방문하는 전통이 있다”며 “북한의 새 후계자도 당연히 인사차 중국을 방문했을 것이고 그것이 8월 김정일의 올해 2차 방중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후 주석이 북한 세습구도를 묵인하고 말고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권력 세습에 대해 “완전히 북한 내부의 일로 중국은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원칙이 있다”고 밝혀 왔다. 

한 중국인 교수는 “‘새 지도부’라는 표현은 중국이 자주 써온 표현으로 굳이 의미를 붙일 필요가 없다”며 “중국은 북한 세습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평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내정불간섭이나 묵인이나 큰 차이가 없다”며 “후 주석이 북한의 3대 세습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