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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0.08.27] 결국 한미 對 북중 대결 심화?

  • 김흥규
  •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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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중국 창춘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김정일을 만나지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북한이 당분간 북중 관계 강화에 치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천안함 사건 이후 동북아에서 ‘한·미 대(對) 북·중’ 대결국면이 더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미는 대규모 군사훈련 등을 통해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북·중도 3개월 만에 정상이 다시 만나 ‘혈맹 관계’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5월 김정일의 방중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후 주석은 김정일에게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물었지만 김정일은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반면 김정일의 군사·경제적 지원 요청에 대해 후 주석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난 5월 김정일은 식량 50만과 중국의 최신예 전투기 ‘젠(殲)-10’의 무상 지원 등을 요청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중 관계는 과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천안함 이후 남북 간 대결은 점차 미·중 대결 국면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북·중은 대놓고 반발했다. 중국은 미국이 자신의 안방에서 군사훈련을 한다고 주장했고, 북한은 “한미의 전쟁 위협”이란 반응을 보였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북한은 천안함 국면에서 중국이 확실한 우방이라는 사실을 한·미에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고, 중국도 북한을 매개로 한반도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중은 지난 5월 정상회담 때 “내정(內政) 및 외교에서의 전략적 의사소통 강화”라는 대목을 합의문에 넣었다. “당시 북한은 중국의 내정 간섭 가능성을 우려했겠지만 후계문제 등 체제 유지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내정 소통’을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채우는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정보부서 전 간부)는 관측이 나온다. 북·중 소통 과정에서 김정은으로 알려진 후계 문제도 자연스럽게 중국의 추인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북한으로선 9월 초 당 대표자대회를 통해 후계 구도를 공식화하려는 상황에서 북·중 대 한·미 간 긴장 구도가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중국으로부터 식량 지원만 받을 수 있으면 대외(對外) 긴장은 내부를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최근 북한 전투기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등 체제 이완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이란 안전판을 마련해두는 것은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박사)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북·중 대 한·미 간 대결구도가 심화되는 것은 “우리 책임이 아니라 천안함을 폭침 시킨 북한 때문에 벌어진 사태”(이조원 중앙대 교수)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 정부는 올 초만 해도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했다. “지난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했을 때 북한 소행임을 의심하지 않았던 것도 결국 이런 맥락 때문”(정부 소식통)이란 관측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후계자로 알려진 김정은의 지도력 과시 등 내부 문제 때문에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본다”며 “중국에 의존해 천안함 책임을 모면하려 하다 보니 북·중 대 한·미 관계가 점점 양극으로 치닫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