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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9.09.12] "미(美)·중(中), 한반도 현상유지 정책 펼 것"

  • 김흥규
  • 2015-10-20
  • 941

국제정치학회 학술회의… "변화 원하는 李정부와 달라 전략적 준비 필요"
"오바마 정부의 중국 정책 전략적 경쟁서 협력으로"

미 오바마(Obama) 행정부 시대의 미·중 양국은 장기적으로 북한체제 및 동북아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킬 대북(對北) 압박보다는 대규모의 대북 경제지원과 타협안을 통한 '한반도 현상유지' 정책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국제정치학회(회장 함택영 북한대학원대 교수)가 주관하고 본지가 후원해 11일 서울 국도호텔서 열린 '미·중관계와 한반도' 국제학술회의에서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의지와 미·중의 이해관계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전략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중, 한반도 현상유지 선호 가능성"
 
한국국제정치학회가 11일 서울 국도호텔에서 개최한‘미·중 관계와 한반도’주제 학술대회에서 토론자들이 중국 인민대학 진칸롱 교수(오른쪽 세 번째)의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김 교수는 "오바마 정부의 대 중국정책은 '전략적 경쟁'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로 변모하고 있고, 이는 지난 7월 양국의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구체화했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북한에 대한 제재가 불가피하고 중국 역시 나름대로 이를 성실히 수행하겠지만 결국은 대화를 통한 타협안을 모색하면서 중국의 북한 관련 역할을 확대하는 데 미·중이 이해를 같이할 개연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핵의 위협 아래서 한·미 동맹이 한국의 안보구도의 주축이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반도 통일이라는 상황에서는 중국 등 이웃 국가들과의 협력이 좀 더 고려돼야 한다"고도 했다.

왕판(王帆) 중국 외교학원(CFAU)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서 공동의 전략적 협력 기초를 쌓아가고 있으며, 북한의 2차 핵실험 후 양국의 전략적 협력은 새로운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 있다"고 했다.

로버트 켈리(Kelley) 부산대 교수는 러시아가 쇠퇴하고 중국이 빠르게 힘을 축적하고 있는 현 상황은 '한반도의 자주성'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라며 남·북, 통일한국 입장에서 각각의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의 경우 지역적 불안정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라는 동맹국을 끝까지 활용하고, 북한은 지역 적대국가들 사이에서의 전략적 외교를 통해 일정한 외교공간을 확보하며, 통일한국은 중국의 부상과 맞서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핀란드와 같은 중립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미·중, 협력과 갈등의 기로"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현재 중국은 미국의 패권지위를 수용하고 미국은 중국 부상에 대해 묵인하는 '상호 실리지향'에 기초해 미·중관계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안정적이고 협력적인 외형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그 이면에 여전히 뿌리 깊은 전략적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중국측에서는 미·중의 국력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G-2'(미·중 양극체제) 등의 개념이 퍼지는 것은 중국에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려는 서방세계의 중국위협론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외교전략, 즉 일본과의 동맹 강화, MD(미사일방어)체제 구축 시도, 중앙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 증대, 북한에 대한 압박,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의 견지 등 일련의 조치들이 중국의 주변 정세를 불안정하게 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근본적인 불신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리처드 바움(Baum) UCLA대 교수는 "중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시점이 언젠가는 온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과 갈등이냐 협력이냐를 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앞에는 3가지 대안, 즉 ▲아시아에서 발을 빼고 고립주의 채택 ▲동북아에서 현재의 군사적 지배를 공고화 ▲중국의 아시아 지역에 대한 전략적 관심을 일정부분 수용하고 아시아 지역 지배를 협력적으로 공유하는 정책이 있다.

바움 교수는 "첫 번째 대안은 시대착오적이고 두 번째는 비용이 많이 들고 지역마찰이 불가피하다"며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관점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을지 몰라도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고 파트너로 함께 가는 세 번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