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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2009.03.05] [이슈] 북한, 한반도 긴장 극대화 ‘정조준’

  • 김흥규
  • 2015-10-20
  • 949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 카운트다운이 본격화되고 있다. 극적인 반전을 모색하려는 한반도 주변국 상호 간 회유와 압박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의 한계점까지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 금강산·개성관광 중단→경협 사무실 패쇄→북한군 전면 대결 태세 돌입→남북 대화통로 차단→NLL 폐지 재론→강성대국 선포→인공위성 발사 등 ‘한반도 긴장 기어’를 한 단계씩 높여왔다.

일련의 조치를 보면 현재로서 미사일 발사를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의 권력 정비 과정에서 빚어진 일련의 조치”라면서 “북한 주민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라도 ‘광명성 2호’는 발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사일 직접 개발 실무책임자(주규창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를 동행해 미사일 기지가 집중되어 있는 함경도 회령 시찰에 나서 ‘인공위성’ 발사를 진두지휘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인공위성으로 발표 우주 이용 내세워
김 위원장은 2006년에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한 달여 앞두고 함북 경선군에 사령부를 둔 9군단을 찾았다. 차두현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는 북한과 미국의 ‘계산(전략) 싸움’”이라고 전제하면서 “그 주도권은 공세적 입장에 있는 북한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월 20일 인공위성 발사 발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포착한 국제사회는 이에 대비해왔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월 10일 미사일 요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북한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발표했다.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내세워 보호막을 친 것이다. 미사일 발사에 대비하던 국제사회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됐다. 물론 ‘광명성 2호’가 인공위성이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든 북한의 목적은 하나다. ‘광명성 2호’ 발사를 통해 핵탄두 탑재 성능을 실험하는 것이다. 차두현 연구위원은 “인공위성이나 미사일 발사나 원리면에서 기술적 차이는 거의 없다”면서 “인공위성을 대기권 밖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이냐 미사일이냐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로켓의 발사 각도다. 발사 각도를 통해 위성(미사일)의 예상 궤적과 비행 고도를 파악할 수 있다. 미국 본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41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수직에 가깝다면 인공위성이다. 미국 첩보위성도 발사 단계에서 이를 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태호 국방연구소 부소장은 “‘광명성 2호’가 설령 인공위성을 달았더라도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봐야 한다”면서 “북한이 위성이라고 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미사일로 인정받기 원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제사회는 ‘광명성 2호’보다 발사체인 ‘은하 2호’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상관없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1718호에 위반된다면 이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떻든 발사 여부 및 향후 정세를 좌우할 핵심변수는 우리 정부와 미국의 대응이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와 포괄적 협상을 통해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정상화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런 의사를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천명했다.

이철기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만일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대한 협상 시그널을 보낸다면 로켓 발사도 중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바게닝 칩(벼랑외교의 지렛대)을 굳이 소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두현 연구위원도 “‘미사일’은 북한의 입장에서도 결코 ‘축포’가 아니다”면서 “만일 미사일 발사가 1998년 대포동 1호처럼 실패로 끝난다면 북한은 미국에 코를 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북한의 대비 방안도 예상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수는 “북한이 국제여론을 의식해서 인공위성 발사 과정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참관을 요청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역시 북한의 주도권 행사 방법 중 하나인 셈이다. 하지만 향후 주도권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이다.

미국, 요격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듯
김흥규 교수는 “제3기 김정일 체제 출범과 김정일 후계 체제 개막을 앞두고 내부 결속 강화 필요, 남한의 대북 강경정책의 전환 압박, 미국과의 포괄적 협상과 북·미관계 정상화 요청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목적을 추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가장 중요한 것을 얻었다”며 “그것은 바로 중국”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입장에서 중국은 자급자족형 북한 경제를 지탱하게 하는 원천이다. 중국의 지원은 정권 유지를 위한 물적 자원이 된다.

김흥규 교수는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이라면서 “동북아 불안정성을 확대할 수 있는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북한의 문제에 대해 외교적 수사를 제외하고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밝혔다. 적어도 중국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광명성 2호’ 요격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물론 미국은 알래스카에서 응전하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세 차례 요격 시험을 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서도 MB(미사일 방어) 체제 가동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김태우 부소장은 “적어도 기술적 타당성만 보면 요격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면서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도 미사일 요격 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국의 선택은 무엇일까. 일단은 북한의 ‘광명성 2호’ 발사 여부와 추가적인 행동을 지켜본 뒤 미국의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차두현 연구위원은 “무엇보다 ‘광명성 2호’ 발사 성공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만일 ‘미사일’을 쏜 뒤 협상에 나서면 ‘협상의 외통수’에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일이라는 협상의 지렛대를 써버린 북한이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는 얘기다. 이철기 교수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북한은 한국과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하면서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다’는 발언은 외교적 레토릭이 될 수 있다”면서 “북·미 양국 사이에 핵 문제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조기 대북협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물론 이런 관측은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차별적 접근 기조나 정황을 근거로 한 관측이다. 최재천 전 의원(민주당)은 한 기고에서 “클린턴 정부 때 거의 성사 직전 단계까지 이르렀던 ‘페리 프로세스’를 서랍에서 꺼내 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페리 프로세스는 미국식 대북 햇볕정책이다. 대북 특사로 임명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미대사가 이 정책 입안에 관여했다. 그가 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북한 핵 폐기와 관련한 특별보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보즈워스 특사 자신이 입안한 정책을 현실에 적용할 것이라는 낙관적 관측의 근거다. 최근 아시아 방문 길에 나선 보즈워스 특사가 ‘광명성 2호’ 발사에 대해 어떤 처방을 내리는지 보면 어렴풋하게나마 미국의 대응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적어도 북한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의 대북정책 방향 설정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한반도 정세가 여전히 불안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서해안 NLL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남북관계의 뇌관과 같은 문제다. 차두현 연구위원은 “서해안의 문제제기도 결국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도 “군사력 열세에 있는 북한이 결코 무력 도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NLL 남한구역 일부를 훈련지역으로 선포하고 이곳에 함포사격을 한다면 우리 정부는 매우 곤란한 지경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협상 ‘한국 소외’ 경계해야

이철기 교수는 이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NLL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이 문제의 진전 없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일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앉는다면 남북관계의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한반도 논의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미대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우리 정부가 남한 보수세력의 결집 수단으로 남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며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흥규 교수도 2월 21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과 전략적 미·중관계의 형성’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교는 미국과 중국, 일본의 협력 구도 속에서 소외되는 위험성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상황 악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정책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북한 위성 발사에 대해 통일부의 공식 입장(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인사들은 현재의 상황을 전시 상태로 규정하고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안보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예방 국방과 외교를 주문한 게 아니라 북한의 도발 시 재반격, 재재 반격을 요구했다. 한반도 분쟁에 대한 리스크에 대한 고려가 없는 듯한 발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 ‘Weekly경향’과 인터뷰에서 AIG 지역본부 유치와 관련해 “AIG가 들어오면 미국이 AIG 돈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한국의 안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대북정책은 마치 그때와 다른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