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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세계일보 2020.07.16][세계와우리] 새 안보·대북라인에 바라는 것

  • 김흥규
  • 2020-10-12
  • 276

美·中간 전략경쟁 갈수록 격화
韓, 선택의 딜레마에 빠져들어
北 비핵화 문제도 여전히 난제… 다차원 방정식 풀 답 찾아내야


최근 청와대는 새로운 안보·대북라인 인사를 단행하였다. 대북라인만 강화했다고 하는 인상이 강하고 기대한 만큼이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당면한 외교·안보환경과 처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주변 4강으로부터 밀려드는 고기압을 풀어내고자 남북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공존, 화해, 협력에 기초한 해법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의 급속한 전개는 천하질서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다. 남북관계 역시 이러한 혼돈의 원심력에 세차게 영향을 받고 있다. 북한은 이미 독자 생존의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듯하다. 북한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고 싶은 한국의 처지가 난감하다. 우리는 다음 네 가지의 외교·안보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첫째, 선택의 딜레마다.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는 우리에게 선택을 급격히 강요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선택을 한다고 할지라도 그 결과를 감당하기 어렵다.

둘째, 신뢰의 딜레마다. 우리가 설사 트럼프가 요구한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한다고 할지라도 유사시 미국이 핵에 기반한 지원을 할지 확신할 수 없다. 동맹은 신뢰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셋째, 평화체제 구축의 딜레마다. 비핵화 달성 없이 북한과의 평화체제 구축은 성공하더라도 한국의 안보를 담보해 주지 못한다. 종국에는 더욱 불안정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고 대립적인 상태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넷째, 탈동기화의 딜레마다. 미국의 의도대로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탈동조화한다면, 이는 역으로 한미동맹을 취약하게 할 수 있다. 한미동맹을 지탱할 경제기반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딜레마들은 악순환처럼 상호 연결된다. 문재인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따라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증가시키면, 미국의 비핵화 의지는 더욱 약화될 것이다. 한국은 미군의 주요 자금원이고 안보 불안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한국의 대미 군사의존성은 더 증가할 것이다. 한국 스스로의 방위 역량은 역으로 약화될 것이다.

한국이 더 미국에 의존하면 할수록 중국과의 관계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의 경제에 더할 나위 없는 손상을 안겨준다. 한국의 약화한 경제력은 결국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다. 한국에게는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주한미군을 지원할 경제적 역량이 거의 부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도 크게 불안해진다. 한국은 정글의 경쟁이 진행되는 동북아에서 가장 큰 피해자로 전락하게 된다.


한국이 처한 이 딜레마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하나는 미국이 담당했던 안보제공자 역할을 중국이 대체하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이 그간 중국이 담당했던 경제적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다. 셋째는 선택을 최대한 미루고 미·중 전략경쟁의 승패가 나기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넷째는 핵무장으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네 가지 방안이 다 현실적으로는 대안도 아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은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상황에서 북한을 설득해 2018년의 분위기로 이끄는 것은 위의 네 가지 대안을 달성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새로운 안보·외교라인은 이제부터 그 대안을 찾는 작업을 진지하게 추진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 미·중 간 탈동조화 등은 당분간 거의 상수에 가깝다. 그간 상수였던 한미동맹, 주한미군의 주둔 등은 점차 변수로 변해가고 있다. 이 다차원의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새로운 안보·대북라인은 다양한 담지를 지닌 인물들이다. 그들이 어떠한 답을 찾아내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명운마저 달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