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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6] 중국의 '新도광양회' 외

  • 김흥규
  • 2016-01-13
  • 996

[시론] 중국의 '新도광양회'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입력 : 2015.09.14 03:00


올 들어 중국의 기세가 거세다. 상반기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미·일을 제외한 유럽과 아·태 지역 주요국들을 대거 참여시켜 위상을 드높였다. 하반기에는 지난 3일 항일과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서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통해 군사 대국 이미지까지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막강한 군사력을 선보인 중국의 속내는 무엇일까. 중국은 장차 어떤 길을 가려는 것인가.


사실 이번 열병식은 중국 지도부에 딜레마였다. 시진핑 정부는 '강한 중국'의 모습을 원하는 국내 정치적 요구와 '강한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했다. 시 주석이 연설에서 '30만 감군(減軍)'을 발표한 것도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 이전부터 미국과의 현실적 힘의 격차를 인식하고 장기적인 외교·안보 전략의 재조정을 추진해 왔다.

그 계기는 2008년 말 미국 금융 위기였다. 당시 중국은 미국을 '이빨 빠진 호랑이'로 보고 남·동중국해에서 미국이 세운 국제 질서에 도전해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았다. 이 도전에 대해 미국은 '재균형 전략'으로 중국을 압박했고,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위협으로 인식한 일본·인도·호주·필리핀·베트남 등이 가세했다. 미국은 후진타오 정부 후반기인 2010년부터 중국이 제시한 '신형(新型) 대국 관계' 제안도 무시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 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시아 동맹 및 우방들과 중국을 견제할 군사·안보기제를 강화하는 한편 경제 면에서는 중국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헤징(hedging)' 전략을 전개했다. 중국으로선 함부로 발톱을 드러냈다가 역습만 부른 꼴이 됐다.

시진핑 정부의 '신(新)도광양회' 전략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작년 12월 왕양 부총리는 제25회 미·중 통상무역합동위원회에서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를 존중한다"고 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올 8월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남중국해의 인공섬 매립 작업을 중단했다고 밝히고 역내에서 미국의 역할과 존재를 인정했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이번 열병식은 중국의 '군사 굴기'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지만 당분간 발톱을 숨기며 미국을 뛰어넘을 때를 기다리는 데 더 무게감이 실려 있다. 시진핑 주석이 국제사회에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제 우리도 스스로 방어할 만큼 강해졌으니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였다. 그렇다고 미국의 패권에 당장 도전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경제 경착륙 우려와 증시 침체, 청년 일자리 고민, 반(反)부패 개혁의 피로감 등 내부 과제가 산적해 있다.

중국이 동북아에서 '중국적 질서'를 구축하려면 먼저 일본과 북한에 대한 전략적 관리가 필수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이들과의 관계 개선을 물밑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을 신중히 검토해왔다. 또 중국이 북핵과 통일 문제에서 한국 편에 서주리라는 시각은 지나치게 희망적 사고다. 중국은 한국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미·중 경쟁을 감안한다면 북한은 버릴 카드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방중을 통해 한·중 관계는 한층 심화됐고 외교적 수확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중국이 그리는 큰 그림을 읽고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을 냉철하게 준비할 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13/2015091302466.html

 

 

[시론] '軍事 굴기' 숨기지 않으려는 중국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입력 : 2015.09.04 03:00

중국이 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승절 행사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대대적으로 거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이번 열병식에는 군 병력 1만2000여명과 500여대의 무기 장비, 200여대의 군용기가 동원됐다. 이번에 선보인 무기는 모두 중국산이며, 84%가 처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최신형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31A와 항모 킬러로 불리는 최신형 둥펑-21D 탄도미사일 등 7종류 100여기의 미사일도 등장했다. 또 공중조기경보기와 공격형 헬기, 전투기, 폭격기, 함재기, 해상초계기 등 중국의 최신예 군용기들이 톈안먼 위를 비행했다. 가히 중국의 '군사(軍事) 굴기(崛起)'를 만천하에 드러낸 야심 찬 퍼레이드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을 위해 특히 경제와 외교 차원에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신형(新型) 대국 관계'의 요구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과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이르기까지 그간 중국의 부상은 주로 외교와 경제 차원에서 논의돼왔다. 이번 전승절 행사는 중국의 '군사 굴기'를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천명함으로써 경제·외교·군사로 구성되는 '중국 굴기 3종 세트'에 방점을 찍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시진핑 등장 이후 군사 현대화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제1도련(島�)에서 제2도련으로 해양 방어선을 확대하는 한편, 미국을 겨냥한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첨단 무기들은 그러한 목적을 가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군사 굴기를 굳이 숨기지 않으려는 중국의 속내는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의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도 자신의 정당한 위상을 인정하라는 요구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위세가 강화될수록 미·중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할 상황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 선택을 강요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을 대비한 한국의 전략은 한·미 동맹을 명실상부한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과 협력동반자 관계를 병행 추진하는 방안 외에는 없다.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고 아시아 동맹국과 우방국에 신뢰성을 유지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지역 내 기존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군사력을 아태 지역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재균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필연적으로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숙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이제는 화려한 외교적 프로토콜 뒤에 따라올 계산서를 어떻게 셈할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미국과 일본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국의 '중국 경사론' 우려를 불식시키고, 한·미 동맹 관계의 견실한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일본과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조속히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의 공통분모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서 거론한 동북아 소다자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한·미·일, 한·중·일, 한·미·중 등 다양한 층위별로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는 외교적 담대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03/201509030411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