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카프카적인 어떤 곳 (김영란 교수)
- 교학팀
-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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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도 길었던 여름이 시작된 어느 날 문득 카프카가 죽은 지 1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새로운 책이 없나 궁금해졌다. 인터넷서점에서 《카프카의 마지막 소송》이라는 책이 검색되었다. 카프카의 친구 막스 브로트가 가지고 있던 카프카 원고에 대한 소송이 이스라엘에서 진행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그 소송에 관한 책이 2019년 나왔고 2024년 6월 번역되어 출간된 것이다. 얼른 책을 주문하여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나갔다.
카프카의 소설을 ‘카프카적인 것(kafkae sque)’이라고 해버리면 어려운 그의 소설도 조금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네이버영어사전에는 ‘kafkaesque’의 뜻이 ‘부조리하고 암울한’이라고 나온다). 그렇다고 하여 카프카의 삶 자체도 ‘kafkaesque’란 말로 퉁쳐 버릴 수는 없을 터이다. 그래서인지 브로트는 “카프카는 결코 카프카적이지 않았다”라고 했지만, 자신으로 인하여 시작된 카프카 원고의 운명은 결코 ‘카프카적인 것’임을 피해 가지 못했다. 판결에서도 “혹자는 우리의 판결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이것이 주목할만한 카프카적인 이야기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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