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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예측능력 높여 고유가 대처해야

NEW 예측능력 높여 고유가 대처해야

  • 구자영
  • 2008-07-22
  • 32859

올해 첫 거래부터 미국 시장 기준 배럴당 100달러대를 넘은 국제 유가는 이제 120달러대를 넘보고 있다.

 

지난 2003년 이래 5년 간 5배 가까이 올랐다. 때문에 유가 예측은 가장 중요한 국가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더없이 무모한 짓이다. 시장 실패요인 누적으로 당연히 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1973년 1차 석유파동 직전 당대 석학이었던 아델만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당시 2달러대 유가는 너무 높아 1달러 수준으로 하락한다고 예측하였다. 그러나 16달러대까지 올랐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직전에도 예측 오류가 있었다.

 

이런 예측 오류는 지금도 많다. 지금 같은 공급 차질이 없는 고유가 시장 아래서는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 현존 예측이론은 모두 단기 공급 차질에 의한 과거 석유위기를 통해 그 유효성이 검증된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 급등 이후 바로 제자리로 돌아가는 유가 그 자체 예측보다 뒤따르는 불황과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 대처 방안이 논리 개발의 중심이었다. 이런 기존 이론에 따르면 투기수요를 감안한 적정 유가는 75달러 수준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현재의 장기 고유가 시장이 지속될까? 누구도 정확한 유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나마 공개 정보도 반드시 `의도된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우리 독자 예측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수요 요인에 의한 석유시장 변화 분석ㆍ예측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한국은행은 지난 5년 간 세계 유가 상승의 70%는 수요 요인 때문이며 투기를 포함한 공급 요인은 30% 미만이라고 분석하였다. 이러한 석유시장 구조 변화를 반영하는 이론체계 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금융위기 등 범세계적 경기 하락 추세에 있다. 여기다 달러화 가치 불안정은 새로운 유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달러가치 1% 하락은 유가 4달러 상승을 유발한다는 분석도 있다.

 

고유가의 후유증인 곡물, 광물 등 자원가격 급등도 걱정해야 한다. 석유보다 더 심한 급등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 결과, 에너지와 여타 자원 가격이 상호-연계 상승하는 `악순환`이 염려된다.

 

덩달아 자원민족주의의 부활 조짐도 커지고 있다. 시장논리와 자원민족주의 논리가 충돌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러시아의 가스프롬 등 국영석유회사(NOC)들이 벌써 새로운 시장 주도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를 대신한 생산전략뿐 아니라 국부펀드운용 등 석유 고갈 이후의 장기 전략까지 책임지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프랑스 등 소비국 NOC들도 시장 주도권 다툼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강대국 NOC 담합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석유산업 구조 개편을 통한 국제경쟁력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어찌 하든 세계 석유시장 구조 변화는 유가 변화폭 확대 등 불확실성 요인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러한 여건 아래 우리나라 석유 대책은 국제 석유시장 구조 변화에 적극 부응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단기파동만을 대상으로 하고, 스태그플레이션 회피에 중점을 둔 기존 대응전략을 보완해야 한다.

 

비실현적인 에너지 안보 비용을 줄이기 위한 각종 소비규제, 과장된 위기의식 아래의 대체에너지 개발, 손해 보는 해외 자원투자 등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 대신 산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에너지 효율 향상과 함께 자원민족주의를 역이용하는 대외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유가 예측 능력 제고 등 국제 에너지 시장 변화 감지 능력은 가장 먼저 정비되어야 할 문제다.

- 매일경제 2008.05.05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