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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경제정책의 조류

NEW 경제정책의 조류

  • 구자영
  • 2008-07-22
  • 32865

최근 우리 나라의 경제정책의 조류를 살펴보다 보면 혼탁스러움이 앞선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혼재하고, 정부 주도와 민간 활력에 대한 의존이 충돌하며, 과거와 미래가 번잡하게 뒤섞여 있다.

시장기능을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시장경제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격기구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 수차례 시도되고 있다.

보수주의의 상징인 세율 인하와 작은 정부를 이야기하지만, 보수주의적 정부라면 당연히 꺼려야 할 과도한 통화재정 정책과 환율정책에 대한 집착도 엿보인다. 70~80년대 정부주도 경제나 외환위기 상황 하에서 보였던 초대형 합병이나 대형국책사업이 너무나 쉽게 제안된다. 

현실을 고려한 실용주의라 부르면 편하겠지만 민간의 이의제기를 들어보면 반드시 그렇게만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수많은 정부 정책들 중에서 무엇을 주류로 보아야 하고 무엇을 비주류, 지류, 역류로 보아야 할까? 한발 더 나아가 정부정책의 비주류, 지류, 역류는 어떻게 주류에 맞추어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마도 한국경제의 가장 큰 주류는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라 하겠다. 시장 경제의 활성화, 공공부문의 시장에의 이관, 기업친화적 정책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며 한국경제를 조련하고 있다.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정부조직 개편은 이미 이루어졌고 끊임없이 정부조직에 대한 미세 조정이 이루어 질 것이다.  

시대를 거스르며 기업을 짓눌러왔던 각종 대형규제도 철폐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이 대표적이고 제2금융권까지 확대되었던 산금분리 정책도 마침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책임자들인 기업과 정부간의 친밀한 관계도 다시 복원되고 있다. 시장과 끊임없이 대화하려는 노력은 선진 시장경제의 상징이다.

무엇이 비주류이고 지류이며 역류인가? 아마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단기적 성장률 목표에 집착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통화재정 정책을 동원하는 것일 것이다. 이제는 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고 위기상황이 아닌한 과도한 통화재정정책의 활용은 피해야 한다. 더욱이 물가불안이 서민경제와 세계경제의 화두인 현시점에서 불필요한 경기부양은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경기부양을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현시점에서 가장 확실한 경기부양책은 바로 ‘규제완화와 작은 정부’이다. 작은 정부는 세금인하보다 더 확실한 경기부양 수단이다.

왜 그럴까? 정보화 사회에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더 큰 주의를 기울인다. 정부지출은 똑 같은데 세금만 인하한다면 누가 믿겠는가? 언젠가는 다른 방법으로 세금을 거둘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세금인하를 보다 확실하게 민간에게 각인시키는 방법은 정부지출과 정부규모를 지금 당장 줄여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또 하나의 역류는 지난 10년간 정부에서 즐겨해왔던 대형 합병과 국책사업들이다. 규제완화는 투자수익성을 높이고 새로운 투자처를 넓혀줌으로써 기업 투자를 촉진한다. 특히 사람들은 미래의 변화에 미리 대처하기 때문에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조심해야한다. 지난 10년이 남긴 또 하나의 교훈은 과도한 개혁에 나서지 말라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만큼 기존의 한국경제의 전통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들의 유효함이 입증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변화를 지탱해주는 것이 불만스럽지만 아직은 쓸만한 전통들이다.

사회는 실험실이 아니다. 변화가 과도할 때 피해를 입는 계층은 변화에 적응할 여력이 없는 서민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지만 미래를 약속하기에는 충분할 만큼의 주류의 흐름이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 머니투데이 2008.03.26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