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행정도시, 도시설계 전환점 돼야

NEW 행정도시, 도시설계 전환점 돼야

  • 박성숙
  • 2008-07-16
  • 36918
최근 도시설계 방식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고자 사업주체가 도시설계안을 국제적으로 공모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설계공모는 우수한 품질의 설계안과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건축가나 전문가를 찾는 게 목적이다. 그동안 건축물, 조형물, 도시구조물 일부 등에 국한되었던 공모 대상이 ‘도시’라는 커다란 규모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행정중심 복합도시(행정도시)가 도시설계 공모의 그 대표적 사례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는데, 토지공사는 도시·건축·조경·토목구조물 등 도시건설 전체 부문에 걸쳐 순차적으로 국내외 설계공모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체 20여 커뮤니티(마을)를 구성한 뒤 커뮤니티마다 하나씩 입체적 마스터플랜을 공모하고 이를 토대로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도시개념 국제공모를 시행하여 이중순환도로라는 도시구조를 도출하였고, 최근에는 국가·도시적 상징이 될 중심행정타운을 조성하고자 도시설계 마스터플랜을 공모한 것인데, 국제적인 건축·도시계획·조경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일반인의 관심이 대단한 것 같다.
특히, 이번 설계공모 진행방식에 따라 많은 청년 건축가와 새로운 젊은 도시설계가들의 등장이 기대된다.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등장했던 좋은 프로젝트가 하나의 브랜드를 넘어 국가적 상징이 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요른 우트손이 설계한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와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영국 런던 시청사도 그렇다. 가우디가 설계한 스페인의 성파밀리아 성당만 해도, 그 건축물 하나를 보기 위해 한 해에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바르셀로나를 방문한다고 하니 문화상품을 넘어 한 나라 문화의 품격을 대변해준다.
과거와는 달리 한국의 새로운 도시는 도시공간에 삼차원적인 상상력을 담고자 활발한 시도를 하고 있다. 종래에 토지를 이차원적으로 먼저 구획하고 난 뒤 건축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단조로운 도시가 되는 불합리한 방식을 바꿔, 설계공모를 통해 원형지 상태에서 토지이용 계획과 건축계획을 입체적으로 검토·수립하는 원형지 개발방식을 도입한다고 하니 도시건축 분야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 이상의 공원을 목표로 하는 도시 중앙부 오픈스페이스 설계공모, 대규모 장대교량 디자인 공모 등도 주목해볼 만하다. 또한 우수 주택업체를 대상으로 설계안과 시공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사업공모 역시 도입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이 한국의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구심점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현상설계 공모와 관련해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세계적인 영국 건축가 테리 파렐은 행정도시 현상 설계공모 심사발표 후 내게 “왜 한국에서는 공모 선정 발표 때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주인공인 건축가는 보이지 않고 심사자, 관료, 발주자만 보이느냐”고 물었다. 도시와 건축물을 실제로 설계하고 창조한 건축가는 간데없고, 이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관리하고 심사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것처럼 비치어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행정도시 설계공모가 스타를 배출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도시·건축 디자인 분야에 새로운 혁신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한겨레 9월 7일자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