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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규제개혁'의 오해

NEW '규제개혁'의 오해

  • 박성숙
  • 2008-07-16
  • 43373

행정은 국민의 이익을 위해 국민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 상 규제개혁이라고 할 때 먼저 떠올리는 것은 기업이나 공장을 설립하는 데 수십 가지 서류가 필요하고 소요기간도 수개월이 걸리며 관련기관도 수개 기관에 산재(散在)하면서 서로 선후관계를 남에게로 떠넘길 경우, 꼭 필요한 규제는 두되 투명한 절차에 의해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처리되는 원스톱 서비스를 희구(希求)함이 그 참뜻일 것이다.


국민 각자가 창의적으로 사업해서 세금 내겠다는데도 이를 규제하는 공무원이 많을 때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은 재정지출이 아깝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세계에서 도약하는 대한민국은 요원함을 실감하는 법이다.


최 근 규제개혁위원회 등에 의하면 앞으로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 국가공인자격증을 소유한 자격사들이 법령에 정한 연수규정에 따라 연중 일정시간 동안(공인회계사는 40시간,세무사와 관세사는 12시간 등) 강제적으로 \'보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무를 규제개혁 차원에서 폐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책은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해 보이나,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수준을 높이는 방법으로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 히 공인회계사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간에 정보 불균형으로부터 야기되는 도덕적 해이(解弛) 등의 자본주의 폐해를 방지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케 함으로써 건전한 자본주의국가가 되도록 파수역할을 하는 회계감사인인 바, 다음과 같은 사유들로 인해 교육의무를 법정화하는 것은 꼭 필요한 규제라 생각된다.


첫 째, 회계감사서비스는 다른 재화나 서비스와 달리 계약상대방인 기업 이외에 제3자인 채권자(은행), 투자자 등 사회 공중(公衆)이 혜택을 누리는 서비스로서 계약상대방은 수준 높고 엄격한 감사보다는 적당히 넘어가는 감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시장 자율에 맡길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둘 째,일반 전문직도 그렇지만 급변하는 정보기술과 경영지식의 추이에 맞추어 감사받는 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감사인이 되기 위해서 계속적인 직무교육은 필수인데,이를 법정 아닌 임의교육으로 할 경우 한번 자격을 딴 뒤에는 공부를 안하는 나태(懶怠)한 회계사를 막을 수 없게 된다.


셋 째, 1997년 말의 IMF 경제위기로 국제적인 수난을 경험한 이래 많은 기업들의 분식회계와 일부 감사인들의 부실감사 사례가 드러났고 그 후속조치로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기구로부터 회계기준 개정과 회계사의 교육강화 요구를 받아 상술(上述)한 다른 자격사보다 몇 배로 강화된 연수교육이 이제 정착단계로 접어든 실정에서 규제개혁이라는 미명아래 이를 와해(瓦解)하려는 것은 잘못된 정책방향이다.


넷 째,다소 많은 연수시간에 불평을 하는 회계사가 있다고 하나 일정한 수준 지침아래 회계법인 자체의 연수도 인정하고, 저술활동과 국내외 학회 등의 세미나 참석도 인정하며 나아가 물리적 이동이 필요없는 사이버연수도 실시하고 있는 등으로 성실한 전문인이라면 불평할 수 없는 탄력적 연수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다 섯째, 세계화시대에 자유로워진 자본이동으로 각국의 회계기준과 감사기준이 통일화되는 추세에 있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 국제회계사연맹(IFAC) 등에서 국가간 상호 인정되는 회계사의 수준을 통제하는 입장으로 연수교육의 구체적 기준을 제시해온 지가 수년이 된 마당에 우리나라 회계사들을 국제적 미숙아로 만들까 우려된다.


요컨대, 정부당국은 이 같은 천편일률적 규제개혁이 투명경영을 통해 국가경쟁력과 신뢰도를 높이자는 국정방향에 역행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규제혁파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7월 26일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