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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R&D정책자금 지원 검증해야최기련(아주대 대학원 에너지학과)교수

NEW R&D정책자금 지원 검증해야최기련(아주대 대학원 에너지학과)교수

  • 박성숙
  • 2008-07-16
  • 47044

어느 존경하는 사회 원로께서 사이버 세계와 종교에 관해 가르침을 주셨다. 사이버 세계가 진전됨에 따라 교회(敎會)가 '믿는 이들의 모임' 이라는 원래의 미에 보다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설파하셨다. 독실한 신자인 그 분은 세속적인 교회 내부 문제로 오랫동안 괴로워하셨다.
 
  그 말씀의 내면에는 종교계 비리를 못마땅해 하는 필자에게 은근히 이제 종교를 가질 것을 권유하는 의미도 있다. 결국 시대 변화를 수용하면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실감나게 학습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출판기술에 근거한 '미디어' (Media)의 세계를 지나 '내가 공감하는 우리 것' 을 만들 수 있는 사이버 세계에 진입하고 있다. 기존에는 '더 가진 자' 들이 주도하는 미디어 세계에 일반인들이 접속해 의사결정의 준칙 을 배우고 따르는 일방적 의사소통 단계를 거쳤으나 이제는 모두가 인터넷 등 을 통해 '내 세계' '우리의 것' 을 만들 수 있다.

  '더 가진 자' 들을 일반적으로 '테크노크라트' (Technocrat)라고 정의할 수 있다. 더 넓은 의미로는 '일반인보다 더 많은 특정 부문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사회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 로 정의할 수도 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정부 관료보다 더 많은 민간전문가들이 연구개발(R&D)사업을 직접 수행할 뿐 아니라 정책기획, 평가과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가변성ㆍ역동성을 감안해 관료들의 전문성 보완이 어느 부문보다 강조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R&D 투자재원 배분권한을 기획예산처에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변경하고 이 과정에 민간전문가 수백 명이 참여하는 것은 좋은 사례다.

테크노크라트 이기주의


  따라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자들은 그 소속을 불문하고 이미 테크노크라트 범주에 속하고 있다. 다른 부문에서는 유례없는 일이며,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획기적인 것이다. 참여정부의 주요 성과로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테크노크라트의 책임이 문제가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부 예산 증가폭을 훨씬 웃도는 과학기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국민들은 과학기술이 우리 경제 활력을 제고시킬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투명성ㆍ공정성ㆍ합리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그 투자증가 내역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에서는 예외적인 일이다. 예외적인 일은 항상 오래 가지 못한다. 벌써 R&D 투자 효율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전문집단 이기주의가 조금씩 논란이 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전문가만을 위한 기술혁신 체제는 옛말이 되고 있다. 적어도 인문사회과학 논리가 가세해 기술혁신 체제 효율화를 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회조직 모두의 참여를 통해서만 효율적 기술혁신이 달성될 수 있다는 논리가 보편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기술 혁신과정에서도 미래 사이버 세계의 적응능력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기술혁신 주체인 과학기술인들도 결국은 미디어 세계에서 '더 가진 자'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러한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학기술인들의 사회책임과 윤리 의식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평가제도 개선, 사회적 투자목표 검증, 정책 퇴출제도 정비 등 R&D 투자효율화 장치가 필요하다. 비전문가인 국민의 검증을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과학기술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헌장이 필요하다.

정책퇴출제 도입해야


  또한 과학기술진흥정책 시행과정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국가혁신과 성장잠재력 배양을 위해 기술혁신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원은 당연한 것이 지만 그 지원 폭과 정도는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기존 과학기술 체제 전부를 무조건 지원대상으로 삼는 것은 곤란하다. 미디어 세계에 순치된 기득권자들이 사이버 세계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정책의 퇴출경로 설정이 개혁의 핵심일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부총리 도입, 기술혁신본부 신설 등 과감한 제도 개편을 서두르되 운영 소프트웨어 구성에 좀더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이버 세계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던 정책 소비자와 고객이 명확하게 나타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소비자와 고객을 무시한 정책은 언제나 성공할 수 없다. 아무쪼록 국민 전체를 고객으로 수용할 수 있는 기술혁신제도 개선에 정부는 힘쓰기 바란다. (매일경제/04.07.19/시평)